차량용 블랙박스(EDR, Event Data Recorder)는 충돌 전후의 사고를 기록해서 사고 정황 파악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이다. EDR은 특히 인명과 재산 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EDR 도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장착을 의무화하는 국가들도 점차 늘고 있다.
기원
EDR의 시초는 항공기 블랙박스였다. 이 항공기 블랙박스는 호주의 항공기 연료 화학자인 데이비드 워런(David Warren)이 1957년에 최초로 개발했다. 1953년에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인 '코멧(comet)'이 원인불명의 추락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자 이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3~4년의 연구 끝에 마침내 그는 조종석에서 항공기의 고도 및 속도 등을 분석해 이를 금속 테이프에 기록하는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 ’ (FDR) 방식에 이어 교신 내용과 조종석 내부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콕핏 보이스 레코더’(CVR) 방식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앞쪽 조종석에는 CVR이, FDR은 비행기의 후미에 장착된 이 때의 블랙박스는 4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기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징
블랙박스는 이름과 달리 색상은 오렌지색이나 노란색이다. 왜냐하면 블랙박스의 색을 이런 색으로 제작하도록 국제적 규정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이 마련된 것은 항공기가 불의의 사고에 의해 산지나 바다 등에 추락하게 되면 기체에 비해 작은 블랙박스를 비교적 쉽게 찾기 위해서는 밝고 튀는 색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항공기 블랙박스에 비해 차량용 블랙박스(EDR)의 색은 대부분 검정색을 비롯하여 대부분 어두운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EDR은 카메라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개는 차량 내부에 설치되고 주로 전방을 촬영한다. 또한 촬영된 영상을 기록으로 남긴다. 만약 여러 방향에서의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면 카메라 수를 늘리면 된다. 최근에는 이 차량용 블랙박스가 제작 단계에서부터 내장되는 경우도 늘고 있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가능해졌다.
차량용 블랙박스에는 여러 모드가 있다. 기본적으로 주행 중에라도 언제든지 녹화가 진행되는 상시모드가 있고, 사고 전후 30초 동안의 상황만을 기록하는 충격모드, 자동차에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 전후 30초 동안을 촬영하는 주차모드, 그리고 수동으로도 녹화를 조작할 수 있는 수동모드도 있다. EDR은 이와 같이 기본적으로 영상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이외에도 사고 당시의 차량의 운행속도나 조향각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의 데이터도 기록할 수 있다. 여기에 운전자 편의를 돕는 기능이 별도로 추가되고 있다.
최근 추세
최근들어 미국과 유럽 등의 각 나라에서는 EDR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경우, 2006년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자동차 제작업체에 차량 내에 블랙박스를 장착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도요타 리콜 사태가 발생하자 '자동차 안전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 내용 중에는 EDR는 항공기 블랙박스처럼 모든 사고에 대비해서 내구성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수기능과 방화기능도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또 EDR에 기록된 운행정보는 교통사고와 관련해서 법원의 요구나 NHTSA의 요청시에는 반드시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에 따라 미국에서는 2013년 이후부터 대형급을 제외한 모든 승용차와 트럭에는 EDR 장착이 의무화되었다. 또한 미국 내 청소년들의 교통사고가 성인의 4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서 이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여부, 주행속도, RPM, 급회전이나 급정거에 대한 데이터 등을 이들의 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핵심역할을 EDR이 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에서는 2006년 사업용 차량에 이어서 이제는 모든 차량에 EDR 장착을 의무화했다. 그리고 중국은 모든 트럭과 버스 및 택시에, 그리고 일본은 2004년이후로 모든 상업용 차량에 EDR을 도입했다.
문제점
우리나라도 교통안전법을 개정해서 블랙박스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지자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도 EDR 장착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EDR관련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와 표준안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EDR의 사생활 침해는 한 정치인이 택시 안에서 나눈 지극히 사적이며 비밀스러운 대화가 저장된 EDR이 공개되면서 그 논란이 제기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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